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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메세지를 어떻게 전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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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동안 살아남은 <이솝 우화>의 비밀

<이솝 우화>의 교훈은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여기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이솝이 인간 본연의 졀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이 우화가 인간 본성에 대한 심오한 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2,500년 동안 살아남았을 리가 없다. 하지만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심오한 진실이라 해도, 수십 개의 다양한 문화와 일상적인 언어 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것들도 수없이 많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어떤 스토리는 살아남고 어떤 것들은 살아남지 못하는 걸까?

 

<이솝 우화>가 그토록 찰싹 달라붙은 이유는 그 구성 방식 덕분이다.

우화가 묘사하는 수많은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좀 보라. 포도, 여우, 신 포도에 관한 부정적인 언사. 이 모든 것들이 메시지의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만일 <이솝 우화>가 '현명한 이솝이 유용한 충고'와 같은 형식이었더라면, 예를 들어 "실패했을 때에도 멍텅구리처럼 굴지는 마라"와 같은 모양으로 하고 있었더라면 당신이 읽어볼 기회도 없이 벌써 옛날 옛적에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더 많은 우화가 필요하다.

언어란 종종 추상적이다. 추상적인 개념은 메시지를 이해하고 기억하기 힘들게 만들며, 또한 다른 이들과 조화롭게 행동하기 어렵게 만든다. 추상적인 개념은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구체성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이솝 우화>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왜 우리는 논문을 읽다 절망을 할까?

'구체적'이란 어떻다는 것인가? 당신이 감각을 이용해 검토할 수 있는다면 그것은 구체적이다. V8 엔진은 구체적이고, 고성과는 추상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구체성은 특정한 일을 하는 특정한 사람들로 요약된다. 의외성을 다룬 앞에서 우리는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세계 최고의 고객서비스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 최고의 고객서비스는 누가 보더라도 추상적이다. 노디가 고객의 셔츠를 다림질해주었다는 일화는 구체적이다.

 

구체적인 언어는 늘 큰 도움이 되지만 특히 신참들이 새로운 개념을 이해할 때 유용하다.

추상적 개념은 전문가들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다. 만약 강의실을 빽빽이 메운 이들에게 메시지를 가르쳐야 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 유일하게 안심할 수 있는 길은 구체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 일본 교사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은 200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금 문구점에서 70엔짜리 공책을 샀습니다. 그럼 여러분한테는 지금 몇 엔이 남아 있을까요?" 타이완 교사들은 뭐라고 했을까? "세 명의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두 명이 더 왔습니다. 잠시 후에 한 명이 더 같이 놀게 되었습니다. 이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모두 몇 명일까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교사는 칠판에 그림을 그리고 '3+2+1'이라는 수식을 찍는다.

 

교사들이 학용품을 사고, 공놀이를 하는 등 구체적이고 익숙한 사례를 통하여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라.

그른은 우리가 앞 장 '단순성 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존의 도식을 활용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도식(공놀이를 하는 여섯 명의 아이들)위에 새로운 형태의 추상적 개념(3+2+1)을 덮어씌운다.

 

연구진은 이런 질문 기법을 '맥락을 이용한 계산'이라고 불렀다. 이는 '기계적 암기'와 상당히 대조적인 개념이다. 또한 우리 고정관념과는 반대로 이러한 기법을 활용하는 빈도는 아시아 교사들이 미국 교사들에게 비해 두 배가량 높았다.

 

추상적 개념을 토대로 하여 구체성을 이용하는 것은 단순히 수학수업에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이는 이해의 기본 원리다. 초보자들은 구체성을 열망한다. 혹시 논문이나 과학 기사 또는 메모를 읽다가 온갖 화려한 추상적 개념과 언어들 때문에 절명하여 제발 예를 들어달라고 울부짖어본 적이 없는가?

 

이렇게 구체성은 우리의 이해를 돕니다. 우리의 지식과 지각력을 구성하는 기본 토대 위에 더욱 심오하고 더욱 추상적인 통찰력을 쌓아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추상적 개념을 지탱하는 것은 구체적 토대다. 구체적인 기본 지식 없이 추상적 원리를 가르치려 드는 것은 집을 지붕부터 지으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머리 속 깊이 들어오는 메시지 전달 비결

구체적인 메시지는 기억하기 쉽다. 단어만 해도 그렇다. 기억력에 관한 일련의 실험들은 인간이 정의나 규범과 같은 추상명사보다 자전거나 휴대폰같이 쉽게 형상화할 수 있는 명사를 더욱 잘 기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구체성은 어떻게 메시지를 착 달라붙게 만드는 걸까? 해답은 기억력의 속성에 있다. 많은 이들이 기억이란 창고에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를 기억한다는 것은 대뇌의 기억 금고 안에 기억을 쌓는 것과 유사핟. 그렇다. 이 비유에는 전혀 잘못된 부분이 없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서로 다른 기억들은 각기 서로 다른 금고 안에 분류된다는 사실이다.

 

'헤이 주드'의 가사를 생각하면 머리속에 폴 매카트니의 목소리와 피아노 건번 소리가 저절로 울리게 된다.

'모나리자'는 입가에 신비로운 미소를 띤 그 유명한 그림의 '시각적' 이미지를 불러올 것이며,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은 여러 가지 공감각적 기억들을 자극할 것이다. 냄새, 소리, 풍경, 어쩌면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자신의 모습이나 부모님이 즐겨 앉던 집 안의 의자가 생각날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진실'의 정의는 기억의 표면으로 끌어올리기가 훨씬 어렵다.

 

'수박'의 정의 또한 정신 회전과 관련이 있다. 수박이라는 단어는 즉시 머릿속 기억을 자극한다. 검은 줄무늬가 그려진 초록색 껍질, 붉은색의 과육, 달콤한 맛과 향기. 하지만 이 모든 감각적 기억들을 요약하여 정의로 정돈하려는 순간 아까와는 전혀 다른 정신상태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당신의 두뇌에는 상상도 못할 만큼 무수한 고리가 들어 있다. 그래서 갈고리가 많이 달려 있는 메시지일수록 당신의 기억에 달라붙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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