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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지식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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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 적인 방법

 

제인 엘리엇의 편견에 관한 시뮬레이션은 구체성의 위력을 알려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구체성이 그토록 강력한데도 어째서 우리는 그토록 쉽게 추상적 개념에 굴복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추상적인 사고방식이야 말로 전문가와 초보자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인 배심원은 변호사의 태도와 증거들 그리고 법정에서 벌어지는 관례의 영향을 받지만 판사는 법적 판례와 선례가 남긴 추상적 교훈을 토대로 해당 사건의 무게를 저울질한다.

학생들은 파충류가 알을 낳는지 새끼를 낳는지 고민하지만 생물학 교사들은 동물 분류학이라는 커다란 범주를 다룬다.

 

초보자는 구체적 세부 사항을 구체적인 세부 사항으로 받아들인다.

전문가들은 구체적 세부 사항을 패턴의 상징과 다년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력으로 인식한다. 보다 높은 통찰력을 구사할 수 있기에 자연적으로 그들은 보다 높은 차원에서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

 

마치 영어를 보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기만 하면 상대방이 알아들으리라고 생각하는 미국인 관광객과도 같다.

그들을 괴롭히는 것은 '지식의 저주'다. 그들은 설계도가 비전문가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상상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이번 이야기의 교훈은 '간단하게 만들어라'가 아니다. 제조팀은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고 그에 적절한 현명한 대답이 필요했다.

여기서 당신이 배워야 할 교훈은 모든 사람들이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공통 언어'를 찾으라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공통어란 결국 구체적인 것이다.

 

성공하는 프레젠테이션 방법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작은 컨설팅 회사 스톤 야미시타 파트너스(Stone Yamashita Partners)는 애플(Apple) 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던 로버트 스톤과 키스 야미시타가 공동설립한 회사다. 스톤 야미시타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 조직 변화를 유도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 대부분은 본능적이고 시각적이다." 

대부분의 컨설팅 회사는 상품을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의 형태로 제시하지만, 스톤 야마시타의 작품들은 주로 시물레이션이나 이벤트 또는 독창성이 넘치는 전시물에 가깝다.

 

스톤 야미시타가 기획한 '프리젠테이션'은 560 제곱미터를 가득 메우는 전시 프로젝트였다. 야미시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페라리라는 이름의 가상 가족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프리젠테이션은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로 구성된 페라리 가족의 삶과 디즈니랜드 여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시장은 가족사진이 즐비하게 걸린 페라리 가족의 거실에서부터 시작된다.

동선을 따라 방에서 방으로 움직이다 보면 페라리 가족이 여름 휴가 동안 디즈니랜드에서 찍은 갖가지 사진들을 볼 수 있다.

HP의 기술은 그들이 표를 사고 놀이동산에 입장하고 식당에 저녁식사를 예약할 수 있도록 돕고, 줄 서는 시간을 최대한 절약해 재미있는 놀이기구들을 실컷 즐기도록 해준다. 하루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가면 마지막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디즈니랜드에서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찍은 디지컬 사진이 자동으로 다운로드되어 그들을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스톤 야미시타는 HP의 기술자들과 함께 디즈니와 HP의 협력관계에 관한 메시지를 살아 숨쉬는 생생한 시뮬레이션으로 변화시켰다.

그들은 e-서비스라는 메시지에 갈고리를 부착했고, 고도의 감각적 경험으로 표현함을써 추상적 메시지를 구체화시켰다.

 

이 전시회가 두 부류의 관객을 겨냥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라. 첫번째 관객은 디즈니다. 디즈니의 경영진은 초보자였다. 그들은 HP기술이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그들이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을지를 구체적이고 확실한 형태로 접어야 했다. 그리고 두관객은 HP 직원들이었다. 주로 기술자들로 이루어진 그들은 초보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많은 기술자들이 야마시타가 내놓은 데모 시뮬레이션의 가치를 의심했다.

 

그러나 일단 전시장 문을 열자 HP 내부에서 열광적인 반응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 전시장은 디즈니에 확실한 인상을 심어줄 때까지만 세워놓을 계획이었지만, 뜨거운 지지에 힘입어 전시 기간은 그후로 3~4개월까지 연장되었다.

 

이렇게 구체성은 전문가들이 모인 팀이 협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려운 기술적 문제를 바로잡는 데에만 익숙해져 있던 기술자들은 갑자기 페라리 가족이라는 평범한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표를 끊는 것부터 식당 예약, 디지털 사진 출력까지 한 가족의 구체적인 필요와 욕구를 인식함으로써 그들은 놀라운 일을 해냈다. 연구진이 가지고 있던 추상적인 메시지를 뽑아내 롤러코스터를 탄 가족사진을 변화시킨 것이다.

 

구체적인 메시지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이 지금 당장 식탁으로 달려가 지식을 활용하게 도울 방법을 찾아라. 작은 소도구 하나는 과학적 사실이나 숫자보다 효과적이다.

 

왜 어미니들은 신제품을 두려워 할까?

 

멜리사 스터드진스키가 제너럴 밀스에 입사했을 때 햄버거 헬퍼는 10년째 기나긴 슬럼프로 고전하고 있었다.

판매 부진에 절망한 CEO는 2005년 최우선 목표를 햄버거 헬퍼 브랜드의 안정과 성장으로 잡았고, 결국 새로 팀에 합류한 참신한 인물, 즉 스터드진스키가 이런 돌파구를 개척할 책임을 맡게 되었다.

 

처음 이 업무를 시작했을 때 그년느 데이터와 숫자들로 가득한 초대형 바인더 세 개를 받았다. 그 안에는 브랜드 매출액과 판매량, 광고 전략, 제품 정보, 고객들에 대한 시장조사 결과 등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 엄청난 바인더는 정보를 흡수하도록 돕기는커녕 들어올리기조차 힘들었다. 스터드진스키는 그것들을 '죽음의 바인더'라고 불렀다.

 

몇 달 후 그녀는 세상을 뒤흔들지도 모를 대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마케팅, 광고, R&D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햄버거 헬퍼 팀이 고객들의 가정을 방문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이 아이디어는 사람들 사이에서 '핑거팁(fingertips)'이라고 불렸다. 왜냐하면 제너럴 밀스의 직원들은 그들이 담당하는 브랜들의 소비자들을 자신의 '손가락처럼 훤히 꿰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자녀들로부터 얻은 구체적인 자료를 토대로, 스터드진스키는 공급 체인에서부터 제조, 재정 관리에 이르기까지 조긱 내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제품 라인을 보다 단순하고 간소화시켜야 한다고 설득했다. 스터드진스키는 이러한 전략을 시행하면 비용점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고르기가 더욱 쉬워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만족도 또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5년 회계연도 말, 햄버거 헬퍼의 판매량은 11퍼센트 증가했다.

 

스터드진스키는 말한다. "이제 나는 브랜드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언제나 그 어머니를 생각한다. 그들이 내 입장에 있다면 어떻게 할지 상상한다. 그런 사고방식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를 것이다."

 

구체성은 아마도 가장 이해하기 쉬운 특성인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특성일 것이다.

단순하게 만들기, 즉 핵심 메시지를 발견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에 속한다(노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건 사실이지만, 그게 '쉽다'고 우리 자신을 속이지는 말자). 예상 외의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짜는 일은 상당한 노력을 요하며 창의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것은 어렵지도, 그다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우리는 저도 모르게 추상적인 세계로 발을 옮기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잊어버린다.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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